기아, 전기차·PBV 앞세워 2030년 미래 모빌리티 주도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을 혁신하고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브랜드로 진화한다.”

기아가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 같은 비전을 선포하며,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Sustainable Mobility Solutions Provider)’으로의 전환을 향한 더욱 구체화된 중장기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 주요 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기아가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발판 삼아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에 어떻게 대응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지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지난 2020년, 기아는 이미 전기차 중심의 사업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미래 전략 ‘Plan S’를 제시하며 발 빠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매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진화된 전략과 성과를 공유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온 기아는, 이번 행사에서 한층 더 정교하고 현실적인 2030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날 “지난 2021년 ‘기아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한 이후, 끊임없이 브랜드의 혁신을 추구해 왔다”며 “앞으로도 내실을 다지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중장기 전략 실행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lan S’ 더욱 구체화…2030년 판매 목표 419만대 제시

기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연한 시장 대응과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각 시장 상황에 맞춘 현실적인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를 322만대로 설정하고, 2027년 375만대, 2030년에는 419만대 판매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2030년 판매 목표는 중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 목표 대비 11만대 하향 조정한 수치로, 보다 현실적인 시장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지역별 판매 목표를 살펴보면, 2030년 기준 북미 111만대, 유럽 77만대, 국내 58만대, 인도 40만대 등을 제시하며 주요 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2030년 판매 비중 56% 목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인 친환경차 부문에서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도 눈에 띈다. 기아는 친환경차 판매를 **2025년 89만7000대(판매 비중 28%)에서 2030년 233만3000대(비중 56%)**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전기차는 125만9000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07만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특히 주요 4대 시장(북미, 유럽, 국내, 인도)의 2030년 친환경차 판매 비중 목표는 각각 70%, 86%, 73%, 43%로,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32종(내연기관 23종, 전기차 9종)의 라인업을 **2030년에는 32종(내연기관 17종, 전기차 15종)**으로 재편하며 전동화 비중을 확대한다. 내연기관 모델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유지하되, 하이브리드 모델은 셀토스부터 텔루라이드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EV 대중화 시대 선도…PBV 및 픽업 시장 공략 강화

기아는 EV3, EV4, EV5를 필두로 2026년 출시 예정인 EV2까지, 경쟁력 있는 대중화 EV 모델들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PV5를 시작으로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화성 EVO 플랜트에 PBV 전용 공장을 신설하여 20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해외 공장의 생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라인업 확대를 통해 2030년 10종, 99만3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파워트레인 생산 시설 증량을 통해 2030년 90만대 이상의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시장별 수요에 맞춘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기아는 지난해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통 픽업 트럭 ‘타스만’을 통해 국내 및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북미 시장에는 신규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중형 전동화 픽업을 출시하여 글로벌 픽업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계획이다.

SDV 전환 가속화…미래 모빌리티 기술 선도

기아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시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전문 조직인 42Dot과의 협력을 통해 SDV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고도화 및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특히 2026년에는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를 통해 자율주행 AI 기능을 구현하고, 이후 SDV 양산 체제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이와 더불어 모셔널, 보스턴 다이나믹스, 슈퍼널 등 유망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로보택시, 로봇 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2025년 사업 계획 및 중장기 재무 목표 제시

기아는 이날 2025년 글로벌 판매 목표를 321만6000대(도매 판매 기준)로 설정하고, 매출액 112조5000억원, 영업이익 12조4000억원, 영업이익률 11.0%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 및 재무 목표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 10% 이상의 매출 성장과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을 목표로 효율적인 자본 운영을 통해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 35%를 달성하겠다는 주주 친화 정책도 강조했다. 특히 최소 주당 배당금을 5000원으로 확정하고 배당 성향을 최소 25%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기아가 제시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은 단순히 판매 대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전동화, SDV,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연 기아가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